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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는 계절마다 꼭 찾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은 성인 대입니다.
성인대는 남한땅에서 오를 수 있는 금강산의 첫봉오리였습니다.
그러나 국립공원 측에서 설악산으로 편입시켜서 이제는 금강산이 아닌 설악산 성인대로 불립니다.

 


성인대는 울산바위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유명하며, 일출과 함께 펼쳐지는 풍경 때문에 많은 등산객과 사진가들이 새벽부터 찾는 명소입니다.

 

▶ ▶주차장 TIP

화암사2주차장으로 내비를 검색하고 출발하면 됩니다. 화암사 1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요금 4000원을 카드결제 해야 합니다. 1 주차장을 지나 일주문 옆으로 통과해 오다 보면 차량출입 차단기 바로 앞이 제2주차장입니다.

 

◈ 새벽 숲길을 걸으며

 

이번에도 해가 떠오르기 전 성인대에 오르기 위해 이른 새벽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화암사2주차장에서 2분 정도 걸으면 좌측에 등산로 입구가 나타납니다.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숲길을 오릅니다.

새벽 공기는 시원했지만 태풍 '바비'가 지나가는 시간이어서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고 있었습니다.
낙타바위로 가는 능선위에는 바람이 더 세차게 불어서 서있기조차 힘이 들었고 이동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조금씩 앞으로 나가다 보니 어느새 성인대 낙타바위에 도착했습니다.

태풍으로 삼각대를 세우고 일출을 기다리는 사진가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피해 바위를 등지고 일출을 기다립니다.

◈ 성인대에서 만난 최고의 풍경


잠시 후 붉게 물든 동쪽 하늘에서 일출이 시작되었습니다.
태양은 선명하게 떠오르고 살짝 깔려 있는 구름은 붉게 타오르고 바다에도 태양을 하나 더 띄워 놓았습니다.
태양이 천천히 떠오르며 설악산 능선을 비추고, 거대한 울산바위에도 따뜻한 아침 햇살이 내려앉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운해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운해가 없는 대신 시야가 매우 깨끗했습니다.

울산바위의 웅장한 암릉과 능선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설악산의 산세도 멀리까지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성인대가 왜 사진 명소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아침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포토존에 접근하기 어려워 사진 한 장 찍지 못했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성인대


성인대를 찾을 때마다 예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몇 해 전 비슷한 시기에 이곳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잔잔한 바람과 운해 그리고 맑은 하늘 덕분에 성인대의 진짜 모습을 여유롭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화암사로 이어지는 하산길


일출을 충분히 감상한 뒤에는 화암사 방향으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올라오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하산합니다. 이쪽은 성인봉으로 올라가는 길목인데 중간에 화암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숲 사이로 비추고,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고 있었습니다.

화암사는 성인대 아래 자리한 오래된 사찰로, 산행 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경내를 둘러보고 미륵전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높은 곳에 자리한 미륵전에서는 화암사와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산행의 여운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미륵전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꼭 이루어 지기를 기도합니다.
수바위는 어디서나 보일 정도로 가깝고 크게 보였습니다.

문득 떠오른 작은 친구


몇년 전 화암사를 찾았을 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던 백구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이전에 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그 백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2년 전 이곳을 다녀간 뒤 며칠 지나지 않아 함께 지내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장소를 다시 찾으니 그날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아 탑을 바라보았습니다.

탑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그 시간을 함께했던 존재는 이제 곁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왔습니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산길을 이어갔습니다.

 

산친구TV 산행 후기


이번 성인대 산행은 아름다운 일출과 울산바위만큼이나 '태풍'이 기억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붉게 떠오르는 일출과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울산바위, 그리고 조용한 화암사에서의 시간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산행이었습니다.

산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풍경보다 그곳에서 떠오르는 기억이 더 오래 마음속에 남기도 합니다.
이번 설악산 성인대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또 다른 하늘과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겠지만, 오늘 느꼈던 조용한 여운만큼은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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